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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곽노현 그리고 박원순의 레토릭

기사입력 2011-10-22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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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욱열 강남대 교수·정치학 박사, (사)한국지역인터넷언론협회 회장

 

 

 

 

 영국 웨스턴 잉글랜드 대학교(UWE) 언어학과 교수인 조나단은 레토릭(rhetoric:수사학적 표현)에 대하여 ‘설득적인 언어는 외적으로는 우리의 인지적 식견에 근거하여 현세에 대한 보다 나은 미래상을 전망하게 하고 내적으로는 잠재적인 우리들의 생각과 가치, 그리고 감각을 활성화하여 그러한 전망과 소통하게 한다’ 고 말했다.

 

 이 말은 ‘성공하는 정치인들은 언술로 엮은 신뢰할 수 있는 이야기로 우리의 인지와 감정에 효과적으로 호소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즉 효과적인 수사력(표현력)은 우리들에게 무엇이 옳고, 무엇이 잘못되었는가를 설명해주는 실체적 드라마를 연출하고 그것을 통하여 말하는 자기 상대의 적보다 더 강력하고 선한 사람이라는 확신을 갖게 만들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오늘날 민주주의에서 정치지도자는 대중과의 소통과 지지를 위한 리더십 중에서도 ‘고차원의 효과적인 수사전략(메타포: metaphor)’ 이 무엇보다 필요하게 되었다. 예컨대 ‘리더십의 언어학적인 연출’이 보다 더 중요해 졌다고 할 수 있다.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후보가 장인의 빨치산 전력 논쟁이 일자 ‘그럼 마누라를 버리란 말이냐’ 란 표현도 메타포의 한 방식이다.

그러나 최근 두 가지 사례의 레토릭은 일반 대중을 헷갈리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 하나는 서울시교육감 선거과정에서 후보자를 매수한 혐의로 구속된 곽노현 교육감은 박명기 교수에게 2억원의 돈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권리모드에서 형제애에 기초한 구제모드로 바뀌어 긴급부조를 준비하였다’는 수사학적인 표현을 썼다.

 

 한마디로 선의(善意)의 행위에 처벌은 부당하다는 것인데 권리모드, 구제모드, 긴급부조란 생소한 단어들을 일반인들은 얼마나 이해하고 그의 주장대로 공감할지 궁금하다. 차라리 ‘박명기교수의 딱한 사정을 듣고 모른 체 할 수 없어 선의의 생각에 지원했는데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았다. 죄송하다’고 했다면 이해하는 사람이 더 늘어나지 않았을까?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박원순 변호사 역시 ‘아름다운 가게’가 재벌들로부터 받은 후원금에 대한 비판이 일자 ‘나눔 실천을 위해 재벌들로부터 받은 후원금이 왜 문제가 되는지 이해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역시 선의(善意)의 행동이 왜 비판을 받아야하는지 억울하다는 심정을 그대로 나타낸 표현이다. 의적 일지매의 행동에 돌을 던질 수 없다는 논리이다. 마치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 할 수 없다는 판결문처럼 들린다.

 

 박원순 후보 역시 ‘그 당시의 한국사회는 시민단체가 성장 할 수 있는 토양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이 후원을 받았다. 지나고 보니 적절치 못한 면도 있는 것 같아 유감이다’ 란 표현을 했다면 더 많은 공감을 낳지 않았을까?

 

 곽노현 사건의 판결은 법원이 알아서 할 것이고 서울시장도 시민들이 투표로 결정할 것이지만 일반 시민들은 돈을 주었다는 엄연한 사실과 권력과 재벌을 감시해야 하는 시민단체가 그 재벌로부터 금전을 수수함으로서 시민단체 본연의 정체성을 상실, 순수성을 잃어 버렸다는 사실만은 기억 할 것이다.

 

 넓게 보면 공동선(共同善)을 위한 행위의 의미를 가질 수도 있는 곽노현 교육감과 박원순 변호사의 레토릭에 공감하는 국민들이 어느 정도가 될 지 미지수지만 분명한 것은 파스칼의 주장처럼 정의의 미명아래 폭력으로 사람들을 복종시킨다면 그 어떤 경우라도 정의라고 주장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는 선(善)한 목적을 위해서라도 위법을 하는 순간 그 선(善)함은 사라진다는 이치와 같다.

 

 대중을 움직이는 설득적인 언어(메타포)가 아무리 훌륭한 스킬(기술)이라 하더라도 그 내용에 진정성과 신뢰가 빠져 있다면 국민은 가차 없이 등을 돌릴 수 있음을 알아야한다.

 

 

PROFILE

-숭실대학교 대학원 정치외교학과 졸업(정치학 박사)

-국회 입법정책 보좌관

-건설교통부장관 보좌관

-바른사회 밝은정치 시민연합 사무총장

-제18대 총선 비례대표 후보

-대구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겸임교수

-現)강남대학교 행정학과 대우교수

-現)민생경제정책연구소 전문위원

-現)사단법인 한국지역인터넷언론협회 회장



박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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