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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3-09-27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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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에 눌린 빈손 정치학

기사입력 2011-11-15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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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욱열 강남대 교수·정치학 박사, (사)한국지역인터넷언론협회 회장

 

 

 임기 말 국정능력의 상실일까 아니면 야당의 공세전환으로 인한 견제구일까. 한미 FTA국회비준을 놓고 여야간 신경전이 벌어진 가운데 다급해진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하는 것을 두고 벌이는 실갱이가 기네스북에 오를까 두려워 나오는 말이다.

 

 

정당정치가 무시되고 여야 타협 없는 충돌이 도를 넘어서고 있는 국회비준쟁점 충돌에 대한 대통령의 노력이 무색할 정도로 안타깝다.

 

 

한미FTA비준문제는 당초 현 민주당이 집권하던 노무현 정부 때부터 본격적인 협상이 진행됐고 그 마무리가 정권이 바뀐 이명박 대통령 임기 내 그것도 퇴임 1년여를 앞두고 절정을 맞은 상태다.

 

 

문제는 비준에 있어 ISD(투자국 소송제도)가 쟁점화된 것으로 이 조항이 재협상되지 않을 경우 FTA로 인한 경제예속을 벗어날 수 없다는 주장과 아니다 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부딪히면서 시작됐다.

국회 소관 상임위는 이 문제를 놓고 '끝장토론'까지 벌이면서 찬반논쟁을 했지만 결국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여야 원내대표들이 모여 ‘선 비준 후 재협상’안을 어렵게 만들었으나 민주당내 반발에 부딪혀 이 역시 수포로 돌아갔다.

 

 

남은 절차는 협상실패로 인한 강제비준이 유일한 수단이 될 듯하다. 하지만 청와대와 여당은 끝까지 노력해 보기로 한 듯하다.대통령이 야당대표를 만나기 위해 국회를 통해 민주당에 통보했으나 야당이 거부했고 한차례 연기된 15일에 만나기로 했다고 한다.국회를 방문하는 대통령과 ‘빈손으로 오면 대답도 빈 손’이라는 야당의 신경전은 마치 국회비준에 대한 야당의 협조를 구하기가 어렵다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왜 여당이나 대통령이 끝까지 야당과 공조를 하려는 것일까. 이에 대한 결정적 이유는 간단하다. 혹여 비준 후 발생할 불이익에 대해 공동책임을 갖기 위한 것 외에는 없다.

 

 

한미FTA비준안을 통과시킨 연후에 나타나는 무리수에 대한 책임을 여당이나 대통령이 전적으로 지고가기에는 부담이 적지 않은 것이다. 이 문제는 그만큼 연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해 일단 개시될 경우 이후 재편되는 산업질서에 대한 유불리 결과를 누구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명분부터 쌓아 놓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내년 4월과 연말 총선과 대선을 앞둔 시기에 벌어질 한미간 무역현장에서의 변화가 겹쳐있는 것도 문제다. 당장 피해가 직접적적으로 다가서는 농축산업 분야의 경우 피해보상과 종사자들의 반발이 확산될 경우 이를 여당 혼자서 감당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야당들도 이미 이런 계산을 해놓았을 것이 분명하다.청와대는 대통령의 국회방문에 앞서 민주당과 사전조율에 나섰지만 임태희 비서실장은 “FTA 비준안 처리 진전 없어 당혹”을 금치 못하고 있다. 손학규 대표 역시 “李대통령 빈손으로 오면 빈손으로 가야”한다는 말을 분명히 하고있다.

 

 

대통령은 어떡하든 국회를 방문할 것이다. 이는 최소한의 노력을 국민 앞에 보여주는 것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하지만 민주당의 속내도 적지 않게 고민이 많을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국회로 찾아오는 대통령에게 거부만 할 경우 국민들에게서 ‘성의 없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쉬울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여당인 한나라당은 오히려 손쉬운 명분을 얻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대통령까지 나섰으나 야당이 반대하니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다며 강행비준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비준 강행카드를 준비해 왔던 한나라당은 이웃 일본이 미국과의 FTA에 동참할 것을 선언한 상태여서 오히려 명분까지 비축했다는 판단을 할 것이다.

 

 

이런 가운데 비준반대를 외쳐왔던 민주당 등 야당들에게 남은 카드가 있을까. 현재로선 ‘문제제기를 수용치 못한 여당에 책임이 있을 것’이라는 명분만 얻을 수밖에 없는 민주당으로선 어떻게든 대통령과의 면담에 대한 소득을 분주하게 계산하고 있을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국민들은 ISD를 잘 모른다. 전문가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한미 FTA국회비준 이후 영향을 받게 되는 분야의 대책을 세우기 위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는 모습을 기대 할뿐이다. 그러나 그런 기대와는 달리 매우 불행한 현실이 국민들을 답답하게 한다. 충돌로 가는 국회, 또 다시 강행으로 가는 국회비준의 모습에서 FTA로 인한 유불리보다 우리 국민들은 ‘문제를 덮고 가는 정치문화’에 대한 혐오감이 더욱 커질 것이다.

 

 

생명을 바쳐 지켜도 모자랄 국익 앞에 이들이 정쟁으로 비참한 결말을 향해 돌진하는 불나방으로 비친다면 결코 이 나라엔 희망이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재확인하는 것밖에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국회비준의 과정에서 보여 지는 ‘빈손의 정치문화’에 이제 정치권이 국민들에게 그 답을 보여야 한다.

 

 

 

 

PROFILE

-중앙대학교 행정대학원(정책학 석사)

-숭실대학교 대학원 정치외교학과 졸업(정치학 박사)

-바른사회 밝은정치 시민연합 사무총장

-제18대 총선 비례대표 후보

-대구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겸임교수

-뉴스메이커선정 "2011 한국을 이끄는 혁신리더" 선정

-現)강남대학교 행정학과 대우교수

-現)민생경제정책연구소 전문위원

-現)사단법인 한국지역인터넷언론협회 회장



박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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